사진관에는 바다 냄새가 배어 있었다.
윤서는 녹슨 서랍 가장 안쪽에서 은색 필름 통을 발견했다. 뚜껑에는 할머니의 글씨로 2009년 여름, 마지막이라고 적혀 있었다.
암실의 붉은 불빛 아래에서 첫 장면이 떠올랐다. 텅 빈 방파제, 젖은 운동화 한 켤레, 그리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낯선 사람의 뒷모습.
두 번째 사진에는 어린 윤서가 있었다. 기억에는 없는 파란 원피스를 입고,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.
사진 뒤편 창문으로 파도 소리가 밀려왔다. 윤서는 마지막 필름을 인화액에 담갔다.
이번에는 아무도 없었다. 다만 모래 위에 두 줄의 발자국이 나란히 이어지다가, 파도 가까이에서 한 줄로 겹쳐졌다.
윤서는 사진관의 철거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. 대신 문 앞의 빛바랜 간판을 닦고 새 종이를 붙였다.
당신이 잊은 여름을 현상해 드립니다.
그날 저녁,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바다는 윤서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