교환일기의 31페이지는 분명 비어 있었다.
서진은 방송부 창고 문을 잠그기 전에 다시 한번 페이지를 확인했다. 그런데 다음 날 아침, 파란 잉크로 반듯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.
오늘 체육관 뒤편으로 가지 마.
글씨는 도윤의 것이었다. 문제는 도윤이 그날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.
서진은 일기 아래에 답을 적었다. 너 지금 어디야?
점심시간이 되자 종이가 스스로 젖어들듯 글자가 나타났다. 나는 내일의 방송실에 있어. 그리고 너는 오늘 여기 오면 안 돼.
복도 끝에서 낡은 스피커가 켜졌다. 아무도 재생하지 않은 테이프에서 서진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.
도윤아, 31페이지를 찢어.
서진은 일기를 품에 안고 방송실로 달렸다.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막기에는,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었다.